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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리뷰

by 한량 줄리아 2020. 6. 29.


일단 제목부터가 너무 마음에 드는 책.

책을 읽지 않았을 때에도 그 유명함에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던 그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드디어 읽어보았다! 

많고 많은 책 중에서도 읽고나면 여운이 꽤 진하게 남는 그런 특별한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매우 두껍지만 그만큼 흥미로워서 굉장히 빨리 읽은 책이다.

(훨씬 얇은 루소의 인간불평등이론은 며칠걸쳐서 읽었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소설 속 배경은 프라하의 역사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 유투브 동영상이 그 시대를 아주 잘 설명했으므로 책을 읽기 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설을 보면 둡체크가 모스크바에서 납치 당한 뒤 돌아온 것이 나온다.

역사를 알고 읽으면 더 재밌다. 





일단 주인공은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 이렇게 네명으로 볼 수가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 네 주인공들은 각각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상징하는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인물들의 간단한 소개를 해보자면 


토마시 - 의사, 테레자를 사랑하지만, 사랑과는 별개로 다른 여자들과 육체적 관계를 가짐

테레자 - 사진작가.시골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다가 토마시를 만나고 프라하로 옴

            토마시에 대한 일편단심이나 그의 바람으로 괴로워함

사비나 - 화가.토마시의 친구(육체적 관계를 가지는), 구속과 속박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

프란츠 - 교수. 유부남이나 사비나와 바람을 핀다. 사비나와 함께 하기 위해 이혼까지 하나 버림받음. 


이렇게 간단한 소개를 하면 누구나 다들

토마시와 사비나를 가벼운 존재로 그리고 사비나와 프란츠를 무거운 존재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묘미는 바로 이렇게 단정지어지다가도 

정말 토마시와 사비나가 가벼운 이들인가? 정말 사비나와 프란츠가 무거운 이들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말 주옥같은 문장들이 책 여러군데에 포진되어 있다.


테레자에게 책이란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였다.

그녀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뿐이었다.

책은 그녀에게 아무런 만족도 주지 못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의 도피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과 자기를 구분지었다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구이다.

나 또한 주변이 독서를 취미로 하는 환경은 아니기에 

나름 테레자에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표현이 정말 기가막히는 것 같다. 

확실히 젊었을 때 만났던 연인들을 생각하며 

나에게 여러가지로 많은 영향을 끼친것 같다.

이제 나는 나름대로 원숙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제 만날 사람과는 어떤 느낌이 들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배신, 우리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교사들은, 

배신이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누차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배신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배신한다는 것은 줄 바깥으로 나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사비나에게 미지로 떠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 왜 사비나가 정착하지 못하고 구속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 대목이다. 

또한 정확히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공감또한 했다.


그녀는 미로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를 찾는 것이다.

이 출구가 그녀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도 그녀는 안다

그녀는 세상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매사를 비극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육체적 사랑의 가벼움과 유쾌한 허망함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가벼움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 결국 그 가벼움이 사비나를 짓눌렀던 것에 공감하면서도 

사실 나는 테레자와 비슷하게 무거움을 지닌 사람이므로 

정말 이 대목은 가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러한 생각을 그대로 옮겨놓은듯 했다.

주변의 가벼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그들이 가볍다는건 그저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나도 저들처럼 가볍게 살 수 있다면 인생이 더 즐겁지 않았을까 혼자 고뇌했던 많은 시간들...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짓을 저지르고 싶었다.

지나간 칠 년을 단번에 지워 버리고 싶었다.

그것은 현기증이었다.

머리를 어지럽히는, 극복할 수 없는 추락 욕구.

현기증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의 허약함에 도취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허약함을 의식하고 그에 저항하기 보다는 투항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허약함에 취해 더욱 허약해지고 싶어 하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백주 대로에 쓰러지고 

땅바닥에, 땅바닥보다 더 낮게 가라앉고 싶은 것이다.


-> 그동안 내가 느꼈던 그냥 포기하고 한없이 내려가고 싶었던 기 기분이 

이렇게 정확히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정말 이러한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 

또다시 책에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사실 이 밖에도 사진을 찍어둔 좋은 구절들은 정말 많았지만

타이핑하는 손이 아프기에 여기까지만 하려고 한.

정말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고 

가슴에 여운도 오래 가는 책이니 

안읽어본 사람이 있으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끝으로 나만의 생각인데,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 그려진 테레자의 모습은

바로 이 모습!



내가 좋아하는 영화 캐롤의 테레즈인데,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이 모습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니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테레자여서 제일 애착이 갔다.

강아지랑 깊은 유대를 나누고 어쩌면 강아지를 향한 

이 사랑이 조건적인 것이 대부분인 사람에 향한 사랑보다

근원적인 사랑에 더 가깝다는 그러한 의견도 

비슷해서 놀랐다 ㅎㅎ


영화도 있는데 한 번 봐야겠다.

밀란 쿤데라는 영화를 별로 마음에 안들어했다는 말도 있는데 

왜 마음에 안들었을 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결론 : 너무 재밌게 읽었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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